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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생일New York 2023 - 2023. 9. 30. 00:32
맥스의 생일이 무사히 지나갔다. '무사히'는, 우리가 싸우지 않았고, 생일자가 섭섭해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생일 직전 주말에 캘리에 사는 맥스의 이복동생이 10월초에 우리집에서 자는 것과 관련해서 내가 화가 많이 났었다. 발단은, 이 동생이 더 싸고 좋은 비행기표가 생겼다는 이유로 도착일을 하루 앞당긴 것. 돈 아끼려는건 이해하는데, 총 몇 박을 할 계획이냐고 맥스한테 물으니 모른단다. 여기서 폭발. 손님이 자러올때마다 정확히 언제 떠나는지 안물어보는게 이해가 안갔다. 내 오피스/공부방을 내줘야하기 때문에 그게 나한테 무지 중요한 정보이고, 손님으로서 호스트한테 머무는 기간을 미리 알려주는게 예의 아닌가?! 결국 내가 떠밀어서 맥스가 물어보니, 대답이 더 가관이다. 아직 정확히 모른단다. 한 5일 여행 예정인데 첫 두밤은 우리집에서 자고, 나머지 3일은 메릴랜드 친척집에 갈수도 있고 계속 우리집에 있을수도 있다나.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맥스가 동생한테 우리집 상황 (그가 얼마나 민폐인지-그가 내 방에서 자게 될건데, 주중에는 내가 그 방에서 일을 해야한다는 것-그의 캘리집은 당근 엄청 넓다)을 설명하고, 그를 재워줄 수 있는 뉴욕 친구들을 수소문 중이다. 한달전에 맥스 여동생이 주말 1박하러 왔을 때도 surprise가 있었다. 그녀와 어린 손자만 오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성인 3명과 아이 1명이 좁은 내 방에서 다 같이 잤다 (우리집이 작아도 화장실이 2.5개라 난민 수용은 가능하다).
이런 일이 있어서 솔직히 그의 생일에 특별히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 그가 많이 다운된 상태라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에 생일과 겹친 투터링까지 취소했다 (한동안 그의 사업과 예술이 잘 풀려서 너무 방방 떠서 짜증났는데, 계획만큼 잘 풀리지 않아서 안쓰러우면서도 너무 징징대는게 짜증스러워지려는 참이다...). 그리고 작년 내 생일에 대판 싸운 이슈들 중 하나가 자기 생일에 내가 카드도 안주고 신경 안쓰는 것 같아 섭섭했다는 거라 이번에 신경이 엄청 쓰였다. 미국 스타일로 생일 카드 주고 풍선 달고 이런거 싫어하는 나로서는 완전 부담. 결국 위 사진의 카드와 일반 카드 (그가 좋은 남편, 냥이들의 좋은 아빠, 훌륭한 사업가, 재능있는 예술가라고 admire한다는 말을 적어서-거짓은 아님;;) 를 밤에 써서 키친 아일랜드에 놓았더니 다음 날 아침에 보고 엄청 좋아했다. (휴~)
저녁에 케이타운 한식당 갔다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영화관에서 보는 것으로 생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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