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raumaNew York 2023 - 2023. 8. 4. 10:47
통역을 시작한 뒤로 오늘 처음으로 일하면서 기분이 나빴다. 근무 8일째니까 다른 일에 비하면 나은 편이긴 하지만. 한 전화가 주 원인이었다. 이탈리안 액센트를 가진 여자가 말을 빨리하는데다가 무뚝뚝하기까지 삼박자가 고루 갖춰진 bad case. 처음에 이름 스펠링 물어봤는데 짜증스러운 반응이었다. 그리고 예약 일시를 얘기하는데, 시간을 다시 확인하니, "내 말이 잘 안들리니?" 이런다. 그래서 나도 솔직하게 "네가 좀 천천히 말해주면 고맙겠다"고 했는데, 그 뒤로는 불필요하게 천천히 말하면서 예약 일시를 몇번이나 반복한다. 한국인 환자가 실수로 예약없이 병원에 나타나서 짜증났다고 이해를 하려고 했다. 다행히 통화는 짧았다.
전화를 받으면 항상 하는 인삿말이 다음과 같다.
Thank you for calling (company name). This is Jean. ID number XXX. I will be your Korean interpreter today. I am proud to serve you. This call may be monitored for training and quality assurance purposes.
어제까지는 이것을 활기차게 말했다면, 오늘은 천천히 한 톤 다운되어 말했다. (사실 그동안 너무 빨리 말한 것 같아서 천천히 말하기로 마음먹었는데, 마침 다운된 기분이 한몫했다.) 내 목소리 때문인지 오늘따라 클라이언트들도 한국인들도 대부분 무뚝뚝한 사람들이 많았다. 태도가 전염됐거나, 내 기분이 나쁘니까 다른 사람들의 태도까지 부정적으로 느껴진 것 같다. <Sorry I'm late, I didn't want to come>에서 "Nobody waves--but everybody waves back."라는 말이 생각났다.
<The Body Keeps the Score>를 읽기 시작했다. 트라우마 치유에 관한 책인데, 몇달전에 읽다가 군인들의 PTSD 사례가 와닿지 않아서 그만뒀었다. 아마존 리뷰가 워낙 좋아서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내용이 와닿는다. 아마 그동안 맥스와 심리치료에 대해 나눴던 얘기들 덕분에 내가 prime이 된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괴로운 기억들이 다시 상기되어 착잡한 기분이다. 나쁜 경험을 묻어버리는 대신에 직면해서 극복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리라.
'New York 2023 -' 카테고리의 다른 글
Trauma 2 (0) 2023.08.14 Quiet weekend, EMDR (0) 2023.08.07 Socializing (0) 2023.08.01 <Barbie> and books (0) 2023.07.29 본격 통역 2일 후 (0) 2023.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