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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어 열등감
    New York 2023 - 2024. 8. 5. 10:36

    거대한 리터박스를 샀다. 매일 T가 상자 밖에 똥싸는 이유가 상자가 작아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큰 기대 안했지만, 아니나다를까 효과가 없다;;;

    지친다. 지쳤다. 열등감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느끼면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지 스스로 실험/시험하고 있다. 

    - 일주일 전에 통역회사에서 갑자기 음성통화 통역할 때도 회사에서 카메라로 통역사들을 모니터하겠다며 규정에 안따르면 제재 조치가 있을거라고 일방 통보했다. 화상통화는 고객과 내가 서로 얼굴을 보면서 하고, 그냥 전화 통화는 고객한테 목소리만 들리는데 왜 회사에서 통역사들을 감시하겠다는 건지 얼토당토 않은 얘기여서 왓츠앱 그룹챗에 있는 다른 통역사들도 다들 화가 났다. 나도 항의까지는 아니고;;; 오디오콜일 때도 카메라 앞에 계속 앉아있어야하냐고 물어보는 소심한 항의조;;의 이메일을 회사에 보냈다. 링트인에도 몇몇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시하는 등 공론화가 되니까, 회사에서 조금 톤다운된 두번째 이메일로, 서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care program이라는 줌미팅을 연다고 왔길래, 마침 쉬는 날이라 참가했다. 통역사 30명 정원이 꽉 찼고, 정책 공지를 했던 VP와 매니지먼트 실무자들도 참여했고, 통역사들 반 정도가 발언을 했는데 다들 영어를 너무 잘하고 말이 많아서 원래 1시간 잡혀있던 미팅이 2시간이 되서야 끝났다. 제일 짧고 효과적이었던 발언은 베트남 여자 통역사의 것. 무지 강한 액센트로, 평화로운 나라의 왕이 도둑 한명 때문에 죄없는 다른 시민들까지 다 감독에 가둬버리는 우화를 얘기했다. VP가 이 새 정책을 만든 이유가 음성통화시 말소리 등 주변 잡음이 들려서 환자의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거 아니냐는 고객들의 항의가 많아서 사업 손실을 많이 봤다는데, 우리 통역사 입장에서는 문제가 있는 개개인한테 조치를 해야지 왜 대다수의 죄없는 사람들한테까지 불편을 감수하게 하느냐고 따졌는데 속시원한 해명은 없었다. 일부 사람들은 AI 개발을 위해 우리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했는데 내 생각엔 그건 카메라랑 상관없을 것 같다. 어쨌든, 이 회의 결과, 회사가 직원들의 반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 정책을 보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긍정적인 성과가 있었다. 그런데, 내 개인적으로는, 열등감이 증폭됐다. 나보다 영어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고, 내 영어가 너무 초라하다는 게 문제다. 많은 통역사들은 북미가 아닌 유럽, 아프리카 등 비영어권에 사는데도 참 유창하게 잘하고, 글도 잘 쓴다 (몇명이 항의 이메일을 공유했다). 모든 건 상대적이라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요즘 내 신경이 워낙 곤두선데다가 다른 외국인들의 영어 실력에 갑자기 노출이 많이 되니 저절로 자괴감이 빠지고 말았다. 

    - 설상가상으로, 열등의식에 시달리니 영어도 더 안되고 발음도 더 안좋아진다. 요즘 귀가 더 트여서 내 발음이 얼마나 후진지 너무 잘 들린다ㅠㅠ 메디컬 코딩 공부도 며칠간 손을 놨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할 수는 없어서 지난 이틀 내내 영어 수업 자료로 사용할 동영상을 편집하면서 매일 새벽 2-3시에 잤다. 강사료로 1시간 수업에 50불 받는데, 투자하는 시간은 5시간 이상이다. 자원봉사나 마찬가지ㅠㅠ 내 주제에 무슨 영어를 가르친다고. 이젠 예전만큼 가르치는게 재밌지 않다. 차라리 통역하는게 훨씬 좋다. 환자들은 진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니까. 내 영어반 학생들은 평소에 한국말만 하는 분들이다. 그래서 더 재미가 없는 것 같다. 배운 걸 써먹지 않으니 늘 실력이 제자리다. 그 선생에 그 학생이랄까.

    -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머리 위쪽 느낌이 이상해서 만져보니 자는 동안 긁었는지 머리 꼭대기 두피에 진물이 났더라. 3년전 푸에르토 리코에서 수영하고 젖은 머리로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 곰팡이성 염증 생겨서 로컬 병원가서 약용 샴푸 받아서 한달이상 쓰고 겨우 나았는데 재발한 것 같다. 부위가 다르고 면적이 훨씬 작긴 하지만, 도대체 왜 난데없이?! 요즘 너무 더워서 밖에 안나가서 땀도 많이 안흘렸는데, 이것도 심리적인 걸까?

    - 가끔 누군가 3차 세계대전이니, 트럼프 재당선이니, 2차 팬데믹이니 얘기할 때마다 속으로, 제발 그게 실현되서 지구가 멸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너무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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