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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elancholy
    New York 2023 - 2024. 6. 25. 03:57

    나에게 자기 명함을 주면서 파란줄을 그었다

    Melancholy를 사전에 찾아보면 a feeling of pensive sadness, typically with no obvious cause 라고 나오는데 오늘 내 기분이 딱 그렇다. 아침에 깨자마자 구름이 잔뜩 머리 위에 있는 것처럼 마음이 무거웠다. 이유가 분명히 있는데, 그게 뭔지는 분명하지 않다. 마음에 걸리는 것 몇가지:

    1. 주말동안 서랍에서 오랜된 명함통을 꺼내 정리하다가 한국에서 마지막 직장이었던 대학도서관 명함을 발견했다. 예전에도 느꼈던 거지만, 디자인이 참 예쁘다. 노란 기운이 도는 하얀 바탕에 남색의 학교 로고, 폰트도 2-3가지가 쓰였는데 모든게 잘 조화를 이루어 마치 단아한 한복같다. 한국어로 적힌 내 이름이 낯설다.  또 다른 명함은 위의 사진. 약 13년전쯤 맥스랑 사귈 때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고민하면서 맥도날드에서 울면서 햄버거 먹고 있는데, 맞은편 테이블에 있던 분이 나한테 와서 명함을 주면서 "아직 젊으니 건강만 하면 걱정할게 없다"며 도움이 필요하면 자기한테 연락하라고 했다. 낯선 이로부터의 따뜻한 위로가 참 고마웠다. 긴 머리와 특이한 의상이 심상치 않았는데 집에 와서 이름을 검색해보니 세계적으로 유명한 티벳 출신의 가수다. 아직도 활동하시는 모습을 유튜브에서 찾았다. 

    2. Last night Max said to me "I want only you. I don't want anybody else." This statement struck me as odd because we are a couple and, of course, we are committed to each other. My insecurity made me wonder, "Why would he say that? Does it mean he actually thought about being with somebody else?"  It would be awkward to ask him at the time so I didn't but there's this lingering unpleasant feeling.

    3. 최근에 맥스의 게이 친구과 그 친구의 친구, 한국인 여자 H 와 넷이서 만났다. 2주전부터 미리 날을 잡은 것도 그렇고, 소개한 친구가 한국인인 것도 그렇고, 왠지 느낌이 맥스가 이 게이 친구한테 내가 (맥스의 미국인)친구들을 별로 안좋아한다고 얘기(하소연)을 해서 이 속깊은 게이 친구가 H를 소개해주면 내가 좋아하리라고 생각한 듯 하다. 한국인이라고 다 좋아하는 건 아닌데... H는 한마디로, 나랑은 많이 달랐다. 나보다 한 12살 어린데, 20년전에 유학와서 좋은 곳 취직해서 구질구질한 이민자의 애환이라곤 겪어보지 않은 아주 밝은 성격의 싱글. 예쁘고 춤추는 것 좋아하고 공주같은 드레스 입은 것, 플러싱, 이민진 작가 모르는 건 다 좋은데, 한가지 나를 불편하게 했던 점은 한국말을 전혀 안했다는 거. 내가 한국 단어를 1-2개 섞어썼는데도 (한국인 만난게 반가워서 유대감을 나타내려는 마음에 자연스럽게 나왔다.) 이 친구는 NOT a word. 하. 최근에 만난 반 네팔리, 반 일본인인 역학자(epidemiologist) 친구 P가 자꾸 생각났다. 차라리 H보다 P가 훨씬 나랑 공통점이 많고 가깝게 느껴졌다는게 신기했다.  

    4. 엄마와 통화중 아파트 상속을 동생과 나 사이에서 누구한테 줄지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당연히 한국에 사는 동생한테 주라고 하긴 했는데,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다. 아파트와 별개로, 나는 아직도 언젠가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데, 엄마한테 이 얘기를 하면 왠지 미국에 적응을 못한 걸로 생각하실까 싶고, 그렇다고 말을 안하자니 엄마는 내가 이제 미국에 계속 살 걸로 생각하시는건가 싶다. 남이 나의 속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참 어렵고 민감한 문제다.

     5. 맥스가 요즘 예술계 쪽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자기 작품 홍보를 많이 하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작년엔 혼자 너무 들떴다면 올해는 좀더 실제적으로 진행을 하고 있어서 조만간 예술가로서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나한테 없는 추진력으로 밀고 나가는 그의 적극적인 모습을 보면서 왠지 내가 초라한 느낌이 들고, 만약 그가 전업 예술가가 되면 나한테는 어떤 변화가 생길지 두렵기도 하다. 

    이렇게 쓰고 보니 멜랑콜리한 이유가 충분한 듯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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