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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한 하루
    New York 2023 - 2024. 5. 3. 08:36

    목요일 아침 9시 시끄러운 인터폰 소리가 잠을 깨웠다. 맥스가 "아무도 올 사람이 없다"고 도어맨한테 말하는 걸 들으며 전화기를 확인하니 친구 딸 C의 문자가 와있다. 방문자가 C라는 것을 깨닫고 후다닥 일어나 머리만 빗고 아이를 맞이했다. 내가 빌려줬던 히터와 양말, 우산을 가지고 작별인사 하러 왔다. 초췌해보였지만, 생각보다 덜 상한 얼굴에 마음이 놓였다. 한달간의 여행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안도감 때문이었을까. 들러줘서 고맙다고 하고 어색한 포옹을 해줬다. 아이가 가방 속에 비타민씨와 짧은 편지를 남겼다. 이 아이를 몇년 더 일찍 만났다면 정신과 약물 치료에 대해 좀더 열린 마음으로 공부했을텐데 싶다. 

    9시반 비몽사몽 중에 오늘의 할 일인 파스타 소스 만들기를 해치워버리기로 결심했다. 어제 소스 재료를 온라인으로 주문 배달받았는데, 결혼기념일(11주년!) 외식한다고 정신이 없어서 배달 물건을 제대로 확인못했다. 지금보니 버섯이 빠졌다. 고민하다가, 두 블럭 떨어진 곳에 새로 생긴 수퍼에 갔다. 가서 보니 김치가 있어 충동 구매. 아침에 장보긴 처음이었는데 나오길 잘했다 생각하며 집에 와서 파스타 소스를 만들어서 아점으로 먹었다. 요즘 통역일을 월화수 아침 9시-낮 1시에 하면서 아침을 12-1시에 먹는게 습관이 됐다. 맥스가 만든 아침 과일을 5시반에 저녁으로 먹었다.ㅋㅋ

    2시쯤 낮잠을 자려고 누워서 폴 오스터의 부고(https://www.nytimes.com/2024/04/30/books/paul-auster-dead.html)를 읽다가 옆길로 새서 2022년 약물 과다복용으로 죽은 그의 아들 대니얼에 대한 기사(https://www.nytimes.com/2022/07/27/style/daniel-auster-life-death.html)를 읽었다. 인생이 너무 기구하여 긴 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번에 다 읽었다. 아버지의 흡연 성향이 아들한테 약물 중독으로 되물림 된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요즘 점점 환경보다 유전의 영향이 크다는 쪽으로 기울어진다. 한국에서 그의 글과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각국의 사람들이 애도하는 글을 보며, 다시 영어로 제대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4시쯤 낮잠에서 깼는데 맥스가 좋은 소식을 전한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큐레이터와 만나고 왔는데 그의 그림을 마음에 들어한단다. 고등학생 때 그 미술관에서 화가가 될 재능이 없음에 서글퍼 울었던 사람이 거의 40년만에 꿈에 이렇게 가까이 다가가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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